피아노 협주곡 제1번 단조 Op.11
깊은 시정의 황홀한 미학
쇼팽은 모두 2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기고 있는데, 관현악 부분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나 더없이 매력적인 피아노 협주곡임에 틀림없다 할 것이다. 특히 피아노의 화려한 효과와 시정에 어른거리는 황홀한 정감은 젊은 날 쇼팽 특유의 찬란한 광채가 보이는 듯하다. 또한 가득한 낭만적 정서는 듣는 이의 마음을 황홀케 한다.
이 1번 협주곡은 2번 협주곡을 작곡한 1년 후인 1830년 고향인 폴란드를 떠나기 직전에 작곡한 것으로서, 당시 유명한 협주곡 작품인 칼크브레너와 홈멜, 그리고 존 필드의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홈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피아노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관현악은 부차적인 것으로 작곡되던 당시의 형태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초연은 1830년 바르샤바에서의 쇼팽의 고별 연주회에서 작곡가 자신의 연주로 행하여졌다. 또한 당시 관현악의 빈약함에 여러 작곡가들이 손질을 가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원작대로 연주하는 것이 관례로 되었다. 아마 원작이 피아노의 아름다운 면에 충실한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2악장 로망스의 아름다움은 쇼팽의 작품 중에서도 걸출한 것이다. 이 정경은 쇼팽이 가르침을 받기도 한 성악가 콘스탄치아 글라드코프스카에게 헌정되었다.
쇼팽은 이 곡에 대해 친구인 보이치에호프스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기고 있다.
“새로운 협주곡의 아다지오는 단조이다. 여기에는 힘찬 것이 아닌, 낭만적이며 조용하며 약간 우울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즐거웠던 많은 추억을 떠올리는 인상을 가져야 한다. 마치 아름다운 봄날의 달밤과도 같이….”
이 협주곡은 쇼팽의 20대 시절의 작품으로서, 관현악 부분이 빈약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으나, 이런 것을 뛰어넘는 시정과 아름다움이 서려 있는 쇼팽의 음악적 천분을 보여준 걸작이다.
이 곡의 연주를 말할 때 제일 먼저 거론되는 것은 단연 루빈스타인이다. 그는 녹음을 여러 번 남겼는데, 발렌슈타인이나 바비롤리(EMI, 1937) 등과의 연주보다는 스크로바체프스키와의 1961년 녹음을 최고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연주에는 그만의 독특한 터치에서 우러나오는 둥글면서도 풍부한 감성적인 에너지가 매우 인상적이며, 자유로운 로맨티시즘에 기초한 아름다운 정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경지이다. 아마 가장 이상적인 재현의 명연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폴리니의 연주이다. 이 연주는 폴리니가 쇼팽 콩쿠르 우승 직후 녹음한 것으로, 그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명연주이다. 흔히 가볍게 날리는 터치가 아닌 안정적이고 질감이 잘 묻어나는 아름다운 음색이 참으로 일품이다. 더불어 크레츠키의 안정된 지휘가 일체를 이루어 도취적인 정감에 휩싸이게 하는 명연주이다.
아르헤리치는 조금은 적극적인 표현으로 이 곡의 정서를 남김없이 표출하고 있다. 물론 부드러운 정감의 표현에도 모자람은 없다. 다만 도취적인 면이 다소 축소되고 있으나, 그 시원스러운 타건은 또 다른 쇼팽의 모습을 보여준 개성적인 명연주이다.
아바도의 반주도 아르헤리치의 의도와 뜻을 같이한 훌륭한 협연을 보여준다. 현대적인 화려함을 원하는 이에게는 아주 이상적인 연주이다. 한편 아르헤리치는 쇼팽 콩쿠르 실황 연주(DENON, 1965)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실황(EMI, 1998)을 남기고 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인 네이하우스의 안정된 연주도 명성에 어울리는 연주이다. 또 한 호프만(VAI, 1938)과 게자 안다(TESTAMENT, 1956)도 주목할 만하다. 겔레스는 로진스키(RCA, 1962 실황)와 오먼디(SONY, 1967)와의 녹음을 남기고 있는데, 그만의 묵직함이 인상적이다.
독특한 울림을 간직한 브라일로프스키의 연주(RCA, 1949)는 그윽한 풍모를 느낄 수 있는 아늑한 연주로 주목할 만한 명연이다.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한때 떠들썩했던 천재 부부의 콩쿠르 실황 연주도 천재성이 발휘된 명연주이다. 반주가 조금 엉성하기는 하나… 또한 또 다른 천재 소년 키신의 연주(RCA, 1984)는 미숙하지만 역시 천재성이 엿보이는 연주이다.
요절한 비운의 천재 리파티의 연주도 잊을 수 없다. 리파티 특유의 여린 음색이 빛바랜 사진처럼 조용한 정서를 전해주는 명연주이다.
프랑스 출신의 프랑소와(EMI, 1966)는 매우 파격적인 감성의 연주로, 분명 수준급의 연주이나 보편적인 해석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상당히 개성적인 연주에 속하는 것이란 평가이다.
그 외에 올슨, 바사리, 라리아, 뒤샤블, 페라이어, 액스, 티메르만, 머스텐, 와이젠베르크, 아쉬케나지, 피레즈 등 상당히 많은 연주가 소개되고 있으나, 루빈스타인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후로 종의 연주는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나, 너무 화려한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린다.
찌머만은 줄리니와의 녹음(DG, 1978)과 콘드라신과의 녹음(DG, 1979), 그리고 자신이 조직한 악단을 지휘한 신녹음(DG, 1999)이 있는데, 이 중 신녹음이 독창적인 호연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직 못할 루빈스타인의 울림과 감성의 명연주, 폴리니의 안정된 도취적인 아름다움, 아르헤리치의 현대적인 감각의 멋진 연주, 그리고 구식이지만 고요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리파티의 연주를 추천한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로망스의 아름다움 다음에 가벼운 쇼팽 음악의 진수를 맛보기를…